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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에 석유가 있다면 북해엔 바람이 있다”
 환경보호  | 2008·07·08 10:55 | HIT : 303 | VOTE : 52
"2020년까지 모든 전기의 30%, 난방열의 14%, 자동차 연료의 10%를 풍력, 조력, 바이오매스 등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6월26일 이런 내용의 재생에너지계획을 발표했다. 앞으로 석달 동안 국민의 의견을 수렴해 확정할 이 계획의 뼈대는 2020년까지 사용하는 에너지의 15%를 재생에너지에서 얻겠다는 내용이다.

영국은 유럽에서 재생에너지 정책에 관한 한 꼴찌 그룹에 속한다. 환경단체들은 독일, 덴마크, 스웨덴 등을 보라며 혁신적 에너지정책에 미적대는 보수당 정권을 비판해 왔다.

유럽연합은 2020년까지 모든 에너지의 20%를 재생에너지로 메운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번 계획의 15% 목표는 영국에 떨어진 할당량이다.

이 장기계획이 영국 야당과 환경단체엔 성에 차지 않을지 모르지만, 재생에너지가 장식품 수준에 머무는 우리에겐 놀라워 보인다.

영국 정부는 지난해 '에너지 백서'를 통해 재생에너지 비중을 2020년까지 5%로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했다. 2006년 그 비중은 1.5%였다. 그 목표가 3배로 뛴 것이다.

이런 야심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주력 재생에너지는 풍력이다. 주로 스코틀랜드가 되겠지만 해안과 연안에 무려 7천기의 풍력발전기가 설치될 예정이다. 브라운 총리는 "아랍에 석유가 있다면 북해엔 바람이 있다"고 호기롭게 말했다.

시번만에는 영국 전체 전력의 5%를 공급하는 거대한 조력발전소가 건설될 예정이다. 물론 이 사업에 대해서는 '영국판 삼협댐'이라며 결코 완공될 수 없을 것이란 회의적 시각도 적지 않다.

바이오연료로 자동차 연료의 10%를 채우겠다는 목표도 간단치 않다. 게다가 영국 정부는 "바이오연료는 식량가격을 높이거나 사회적 환경적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지속가능성 기준을 맞춰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열병합 발전 확대, 저에너지 주택 보급 등 에너지 절약과 효율화에도 생산 못지않은 비중이 두어진다. 브라운은 "에너지 회사는 더 많은 에너지 공급이 아니라 수요를 줄이면서 이익을 얻도록 만들겠다"고 단언했다.

1천억 파운드(약 207조원에 해당)의 투자가 들 것으로 예상되는 이 계획으로 온실가스 방출량 감소와 에너지 자립 확보뿐 아니라 16만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으로 영국 정부는 내다봤다.

영국은 아직도 북해에서 석유와 가스를 생산하는 산유국이다. 그런데도 에너지 미래에 대한 걱정과 대비는 우리보다 철저해 보인다.


우리나라는 1인당 국내총생산이 영국의 절반밖에 안 되지만 1인당 전기소비량은 영국보다 많다. 물론 금융과 서비스 산업이 국가를 먹여 살리는 영국과 달리 우리는 중화학공업 비중이 크다. 하지만 우리처럼 큰 차를 몰고 다니고 여름에 추울 정도로 에어컨을 틀며 사는 영국 사람은 별로 없다.

마침 우리나라도 1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마련하고 있는 참이다. 정부가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맡겨 연구한 결과를 보면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2011년까지 5%, 2030년까지 9%로 늘리는 것으로 돼 있다.

수치만으론 적지 않은 비중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허술하기 짝이 없다. 이제까지 신재생에너지 보급은 목표의 50%를 달성한 것이 고작이다. 

지난 23일 열린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 관한 시민단체 토론회에서 박영필 연세대 교수는 "특별한 대책이 없는데 지금보다 2배로 보급되리라고 믿을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5년간 신재생에너지 부문에 투자한 돈 1조9천억원은 원전 1기 건설비인 2조5천억원에도 훨씬 못 미친다고 꼬집었다. 2005년 전세계의 신재생에너지 설비투자는 약 38조원이었지만, 경제규모 10위권인 우리나라는 그 100분의 1인 3242억원에 그쳤다.

게다가 선진국의 재생에너지와 우리의 신재생에너지는 그 개념부터 다르다. 선진국은 태양력, 풍력, 바이오매스 등 온전히 재생이 가능한 에너지원만 따지지만 우리는 공장의 폐열 재활용, 대규모 수력 등도 신재생에너지에 포함시키는데, 그 비중이 90%가 넘는다. 따라서 우리의 비중(2007년 2.39%)은 매우 과대평가된 것이다.

정부 계획의 핵심은 원자력발전으로 전체 전력의 60% 이상 생산할 만큼 원자력을 최대한 늘리자는 것이다. 이 토론회에서 조용성 고려대 교수는 "정부가 원자력의 비중을 미리 확정하고 난 뒤 신재생에너지를 형식적으로 덧붙이고 있다"며 "오히려 신재생에너지의 목표를 세우고 만일을 위해 원자력으로 보완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조홍섭 한겨레 환경전문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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