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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농사는 실지렁이와 깔다구가 짓는다
 환경보호  | 2008·10·13 10:23 | HIT : 1,664 | VOTE : 104
쌀은 실지렁이와 깔따구가 만든다?

지난달 24일 아이쿠프 생협의 '환경 창조 시범 논'이 자리잡은 충남 홍성군에 가서야 비로소 생협 회원들의 이런 말 뜻을 알 수 있었다.

논생물조사단이 찾은 광천읍 운용리의 논은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오리농법을 한다. 벼메뚜기가 쏟아지는 논둑길을 따라 귀퉁이로 가자 둠벙이 나타났다. 조사단이 둠벙을 뒤지자 깨알물방게, 물자라, 게아재비, 송장헤엄치개같은 물벌레들이 채집됐다. 예전 논이나 농수로에서 흔하게 보던 생물들이다.

논 바닥을 가로 50㎝, 세로 20㎝ 길이로 잘라내 그 속의 생물을 세어봤다. 실지렁이가 152마리, 깔따구 애벌레가 20마리 나왔다. 가로, 세로가 각각 100m인 논 1㏊에는 실지렁이 1500만마리, 깔따구 애벌레가 200만마리 사는 셈이다. 

이들은 유기토양을 만들 뿐 아니라 물방게, 거미, 개구리, 송사리, 미꾸라지, 백로 등 논을 찾아 해충을 잡아먹는 수많은 동물들의 먹이가 된다. 논 생태계의 '밥'인 실지렁이와 깔따구 애벌레는 사실상 벼를 만드는 주인공이기도 하다.

이날 조사에서 22종의 수서곤충과 함께 사마귀, 참개구리, 무자치(물뱀) 등이 관찰됐다.

조사에 참여한 박광래 농촌진흥청 박사는 "수확을 앞두고 논에서 물을 뺐는데도 흔치 않은 물장군, 물방게 등이 나왔고 최상위 포식자인 무자치가 서식해 생태계가 양호한 것으로 보인다"며 "둠벙은 논이 말랐을 때 생물들의 피난처 구실을 하는 매우 중요한 곳이므로 생물다양성을 높이려면 둠벙의 복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이쿠프 생협은 2006년부터 논의 생물다양성을 높이기 위해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참여하는 논 생물조사를 벌이고 있다. 현재 충남 홍성을 비롯해, 충북 괴산, 경북 상주 등 6곳을 시범 논으로 정해 조합원과 어린이가 참여하는 생태체험장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올 5월부터 매달 홍성 시범논의 생물조사에 참여해 온 주희옥 아이쿠프 인천생협 사무국장은 "논에 벼 말고 다른 생물이 있을 줄 몰랐는데, 5월엔 왕잠자리 유충이 많더니 6월엔 투구새우가 나오는 등 올 때마다 새로운 생물이 나타나 신기하고 놀라웠다"고 말했다.

홍성군에서 시범논을 운영하는 구길회(53)씨는 "친환경농법이라고 하지만 우렁이도 다른 생물을 억제하기 때문에 적은 수만 넣고 벼도 듬성듬성 심는다"며 "그런데도 시범논의 소출이 다른 논보다 떨어지지 않고 질은 오히려 낫다는 평을 듣는다"고 말했다.

박인자 아이쿠프 습지연구회 회장은 "논에 사는 생물과 공생하는 농업이 바로 생물다양성 농법"이라며 새로운 농법이 △유기농자재 투입 감소로 생산비 절감 △새로운 쌀의 브랜드 개발 △소비자 신뢰 향상 등의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기대했다.

일본은 우리보다 일찍 생물다양성 농법을 채용해 새로운 유기농법으로 자리 잡고 있다. 효고현 토요오카 시에서는 복원한 황새의 먹이인 미꾸라지와 우렁이가 살도록 겨울철 논에 물담기, 무경운 기술 도입 등에 나섰고, 마침내 '황새를 키우는 쌀'이라는 히트상품을 만들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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